출처 :
http://ascii.jp/elem/000/000/533/533991/
애니메이션을 잘아는 사람이라면 '신보 아키유키 감독', '샤프트의 연출'에 일가견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대중적(pop)인 색 사용,
어지럽게 변하는 컷이 있는가 하면 몇 초 간 포즈를 바꾸지 않고 이야기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빠른 대사가 펑펑 어지러이 날아가며, 다음 씬에서는 조용한 독백과 서정적인 광경이...
그런 의표를 찌르는(tricky) 연출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아라카와 언더 더 브릿지'도 그러한 '신보 연출 작품'의 하나이다.
아라카와 하천 부지를 무대로 개성 풍부한 사람들이 펼쳐내는,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찡하게 만드는 일상.
감독에게 어째서 그런 연출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그것은 '이것이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이라는 상식에 대한 재정립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작품 제작에 모인 스탭은, 신보 감독에게 있어서 '누구'인 것인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인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가.
그리고 작품을 봐주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그 상식 파괴적인 재미의 원점을 '아라카와'의 제작 과정에서 볼 수 있었다.
< 신보 연출의 발단은 '불가능 한 것'. >
Q : 신보 감독과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샤프트가 손대는 작품은 개성적인 연출로 많은 팬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러한 연출을 하게 된 것인가요?
신보 : 실은 처음의 동기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진정되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에 편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 때, 특히 작화 인력이 부족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연출적으로 노린 컷을 언제나 반드시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시간적, 인적 제약 속에서 일정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의 연출 기법은 '안전책'이라는 점도 있고, 제약 속에서 퀄리티를 안정적으로 추구해간 결과이기도 한 것입니다.
Q : '안전책'이라는 것 말입니다만, 애니메이션의 표현으로서는 참신하군요.
신보 : 시간이 없는 속에서도 제가 '자신의 필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를 줄곧 생각했다는 점이겠죠.
'자신의 필름'이라는 것은 자신의 눈으로 봤을 때 싫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싫은 컷이라든가, 싫은 앵글 같은 것이 없다는 것.
그건 정말 생리적인 부분입니다만.
제약이 많은 속에서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를 생각해서, 어찌어찌 지금의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 손님을 질리게 하지 않는다. >
Q : 시간과 인적 리소스가 제한되어 있는 속에서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연출을 생각하셨다는 것 말입니다만,
손님을 향한 어프로치 방법으로는 어떤 점을 포인트로 두고 계십니까.
신보 : 손님에게 재미있게 보이기 위해서는 '질리게 하지 않는' 것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표현도 점점 진화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많은 오락 거리가 있어서 손님이 대량의 컨텐츠에서 선택을 하는 시대.
애니메이션에 있어서도 가령 제1화만 보고 작품을 '다봤다' 라고 말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 하에서 같은 표현만을 반복한다면 질리기 때문에 작품이 나올 때 마다,
새로운 화가 될 때 마다 새로운 것을 넣고자 생각합니다.
'싫증'이 느껴지는 필름은 싫다고 생각합니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으로서도 그렇고, 만들고 있는 자신이 질리는 것은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래서 '패턴' 같은 것은 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Q : '패턴'이라는 것은?
신보 : 예를 들면 사람의 리액션에 있어서 정해진 포즈라는 것이 있지요.
영상에서의 연기로 말하자면 놀랐을 때 목을 한 번 굽히고 나서 펼친다든가,
화낼 때 주먹을 쥔다든가... 그런 것들. 정해진 템플릿적인 표현이라고 할까요.
작품의 성질에 따라서는 알기 쉽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들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패턴화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Q : '아라카와'의 경우에는 어떤 표현을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신보 : 이건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습니다만, 원작이 있는 작품에 손대는 경우
그 원작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내고 싶다 라고요.
원작별로 그 작품을 위한 스타일을 생각하고 있고, 그 타이틀만의 새로운 것을 넣고 싶습니다.
비주얼적으로 변화를 해나가려고 하면 그것은 역시 새로운 비주얼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없던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것은 기법의 축적이라든가, 작은 변화나 버젼업을 포함한 것이지만요.
'아라카와'는 등장인물의 다채로운 캐릭터 등, 무대가 다리 밑이라는 점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만화 중에서도 다리 밑이 무대인 것은 꽤나 드물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하천 부지가 무대라는 사실에 처음엔 고민했습니다.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풀과 강. 카메라를 저리 돌려도 이리 돌려도 같은 풍경이니까요.
장소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영상으로 만들어보면 두렵습니다.
그러한 두려움은 있었습니다.
Q : 고정된 무대 속에서 어떻게 손님이 질리지 않도록 보여주려 생각하셨습니까?
신보 : 풀의 색을 하얀색이나 빨간색과 같은 다른 색으로 칠하는 등,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멋지지요.
원작자인 나카무라 히카루 선생님께서 모델로 하신 센쥬대교(千住大橋)라는 것이 있어서,
이것 참 그림이 되는 구나 하고요.
샷이 파바밧하고 변합니다만, 그건 아라카와의 다리 뿐만 아니라 여러 다리를 넣어봤습니다.
< '패턴'을 파괴해 나가다. >
Q : 신보 감독이 손대는 작품에서는 같은 스탭 분들이 다른 작품에서도 팀과 같이 짜여 있는,
흔히 말하는 '구성(座組み)'이 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스탭을 모을 때의 방침 같은 것이 있습니까?
신보 : '구성'을 전제로 (스탭직을) 부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제 연출의 느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결과적으로 다른 작품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그건 연출이나 작화 뿐만 아니라, 어떤 섹션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물론, 좋겠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분께도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Q : 예를 들면 '아라카와'의 리쿠르트 역의 아시아 No.1 성우(譯 : 슴가 애호) 씨는 어떠한 이유로 발탁 되었습니까?
'안녕 절망선생'이나 '바케모노가타리'에서도 주역을 연기하셨죠.
신보 : 카미야 씨는 이른바 애니메이션의 템플릿이 아닌, 자연스럼 연기가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쿠르트 역은 지명한 것이 아니라 오디션으로 20명 정도 봐서 카미야 씨로 결정한 것입니다.
카미야 씨만이 아니라 다른 성우 분들도 그렇습니다만 기용하는 분들은 역할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가 있는 사람들이지요.
캐릭터의 이러한 기분이 있다. 그래서 이런 연기를 한다, 는 것과 같은.
캐릭터나 장면마다 각각 고유의 표정을 생각해주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최근의 젊은 분들은 원작이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면 원작을 착실히 읽어주기 때문에 마음 든든하지요.
그들은 작품의 내용을 깊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쩌면 저희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원작을 읽은 후에 실제로 연기를 할 때는 연기하는 인물의 깊은 부분까지 생각해서 연기를 해주니까요.
Q :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인가요?
신보 : 전원이 그런 건 아닙니다만 예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모두들 노력가이고, 열심히 등장인물이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단순히 직업으로서 하고 있는 스타일이라도 작품을 이해하고 좋은 연기를 해준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하며 연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앞서 말한 분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제게는 순수하게 기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가 라고 물으면, 다소 고민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같은 등장인물이나 같은 신을 연기하더라도 성우에 따라서 연기는 당연히 달라지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이 연기를 해도 어째서인지 같은 느낌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이제껏 애니메이션에서 봐온 것을 '이런 대사라면 이렇게 말하겠지'라는 식으로
패턴을 만들어 연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연기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좋아한다'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앞을 생각할 수 있는 분에게 역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Q : 거기(譯 : 성우의 연기)에서도 '패턴'을 피하고 싶으신 겁니까?
신보 : 그렇죠.
Q : 새로운 분께도 적극적으로 스탭 참여 부탁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만, '아라카와'의 시리즈 구성
(모든 화의 시나리오를 감수하는 역할) 중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아카오 데코(赤尾でこ) 씨가 계시지요.
신보 : 아카오 씨는 저의 작품 '여름의 폭풍!'에서부터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그녀는 활용 능력이 뛰어나고, 사고방식이 순수합니다.
사전 회의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내주었을 때 그 아이디어가 NG가 되면 '그럼, 이런 건 어떤가요'라며 다음 안을 제시합니다.
보통은 자신이 제출한 안이라는 건 꽤나 버리기 힘든 법입니다만, 하나의 안을 고집하지 않으시죠.
아카오 씨께서 써오신 것이, 캐릭터의 오프닝이 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Q : 제5화의 마리아 오프닝 말인가요? 캐릭터 한 명만을 내세운(feature) OP는 '바케모노가타리'에서도 만드셨었죠.
신보 : '바케모노가카리'에서는 처음부터 캐릭터 한 명의 OP를 만들자 라는 식으로 스케줄 같은 것이 짜여 있었습니다만,
'아라카와'에서는 그러한 계획은 없었고, 돌발적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제5화의 서두는 보통 '이전 줄거리'에서부터 시작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제4화는 시스터가 마리아의 독설을 듣고 쓰러진 것으로 끝났기 때문에
다음 회에서는 그 경위를 '이전 줄거리'로 넣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아카오 씨께서, 그 줄거리를 마리아의 대사로 해서 노래 같이 해보면 어떻겠는가 라는 안이 나왔습니다.
그 후에 다른 스탭도 동조해서, 그럼 그대로 전부 노래로 해볼까, 그림도 그려서 OP로 만들어 볼까라는 이야기로 흘러가서
마리아 역의 사와시로 미유키 씨께서 노래를 해주시는 흐름으로 간 것입니다.
Q : 즉흥적으로 현장의 흐름으로 결정된 거군요.
신보 : 그렇네요. 최초의 아이디어에서 점점 변화하며 커져갔죠.
최초의 예정을 넘어서 준 것이 잘됐구나 싶습니다.
스탭분들이 제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 '예상을 뛰어 넘는' 표현이 모여 간다 >
신보 : 실은 오늘, 동석한 '아라카와'의 치프 디렉터 미야모토 유키히로(宮本幸裕) 씨도
저의 예상을 뛰어넘은 필름을 만들어 주시는 연출가 중 한 명입니다.
미야모토 씨에겐 제가 감독하고 있는 작품의 제1화를 꽤나 높은 비율로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Q : 제1화라고 하면 작품의 얼굴이죠. 미야모토 씨의 연출 특징은 어떠한 것인가요?
신보 : 한마디로 말하자면 '쿨'일까요.
연출이라는 것은 장면의 전환이나 캐릭터가 말하는 템포 등, '영상의 속도'를 생각하는 일이지요.
미야모토 씨는 템포가 굉장히 스피디 합니다.
평범한 연출이라면 조금 더 길게 보여줄 수 있는 씬도 싹둑싹둑 잘라버립니다. (웃음)
예를 들면 리쿠르트의 대사의 경우, 보통은 컷 처음에 약간 '간격'을 주고나서 대사를 내보냅니다만
미야모토 씨는 그 '간격'이 0에 가깝습니다.
컷이 변한 순간에 벌써 말하고 있거나 말이죠?
미야모토 : 그렇네요(웃음). 캐릭터가 말한 후, 간발의 차도 주지않고 대화를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말하고 있을 때 말을 건 자신은 벌써 되돌려줄 말을 생각하고 있어서
상대가 말하는 게 끝난 순간 말하기 시작한다든가,
상대의 대사가 끝나기 전부터 본인의 대사를 상대의 말에 겹쳐서 말하거나 합니다.
신보 : 제 연출도 템포가 빠른 편으로, 정서적인 면을 그다지 취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타입입니다만
저 이상으로 '간격'을 자르는 느낌이 듭니다.
나였다면 자를 수 없다, 라고 생각한 곳까지 잘라버리죠 (웃음).
미야모토 씨도 다른 스탭 분들도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주는 점이 좋습니다.
Q : 그건 처음에 말씀하셨던 '자신의 필름'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도 듭니다.
신보 : 모든 스탭이 하는 일도 포함해서 저의 감독작품이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샤프트에 들어왔을 시절에는 '어째서 여기 연출은 이러한가'와 같은 이미지를
다른 스탭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는 게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없고, 다들 제가 하고 싶은 필름을 어쩐지 알아주고 있습니다.
미야모토 : 저는 감독의 이미지를 알고 있다기 보다는 '상상하고 있는' 것 뿐이지만 말입니다.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연출은 평생 알 길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웃음).
Q : 혹시, '샤프트 컬러'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하나의 모양을 가지면서도 그 컬러를 점점 바꿔나가며
자신들이 만든 레코드(기록)을 다시 칠해가는 것과 같은 것일까요?
신보 : 그럴지도 모릅니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다, 라는 느낌입니다. 요 10년 동안 여러 일에 좌절하고,
그 때마다 어떤 방식이라면 '자신의 필름'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시행착오를 하며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경지가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저자경력 ―― 와타나베 유미코(わたなべ ゆみこ)
1967년 아이치현 태생. 스기야마 여대를 졸업 후 영화회사 근무를 거쳐 프리 라이터가 되었다.
애니메이션을 필드로 하는 컬쳐계 라이터로, 작품과 시청자 관계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쓴다.
일본경제 비지니스 온라인에서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보는 시대의 욕망' 연재.
저서에 '나의 남편은 이공계(NTT 출판)' 등.